울산시청 내 여직원 성희롱·성폭력 실태 ‘심각’
울산시청 내 여직원 성희롱·성폭력 실태 ‘심각’
  • 이상길
  • 승인 2019.09.03 20:53
  • 댓글 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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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급이하 650명 조사결과 86.2% “피해경험 있다”외모발언·성적농담 70% 이상, 신체접촉도 32.5% 답변76.5% 상급자 때문… ‘조직문화 관행’ 원인 최다

울산행정의 중심지인 울산시청 내에서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·성폭력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. 최근 시청 내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·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.2%가 직장 내 성희롱·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.

이번 실태조사는 시청을 비롯해 동구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실시한 것으로 시청 내 6급 이하 여직원 6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. 이를 (재)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희롱·성폭력 상담지원센터(이하 센터)가 분석해 지난달 초 결과보고서를 공표했다.

본보가 입수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6.2%가 직장 내 성희롱·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고, 이는 조직 내 성희롱·성폭력의 피해가 만연하며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함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센터는 분석했다.

피해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, 육체적 성희롱, 시각적 성희롱 순이었고 언어적 성희롱의 경우 외모에 대한 발언과 성적 농담 및 음담패설이 70% 이상으로 직장 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. 또 조직 내 접대·회식 및 술자리 문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고 관련해 직접 피해 사실을 작성한 응답자들도 다수 있었다.

신체 접촉에 의한 피해도 32.5%로 적은 비율이 아니었고, 이 같은 피해가 회식문화에서 빈번하게 발생(블루스 등)한다는 점에서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 있다고 센터는 조언했다.

성희롱·성폭력 행위자의 경우 행위자가 상급자인 경우가 76.5%로 가장 많았다. 아울러 행위자가 동성인 경우의 피해 상황(동성 간 성희롱)도 자주 발생했고, 이 경우에도 여성 상사가 여성 부하 직원에게 접대를 강요하는 등 직급 및 회식문화의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었다.

2차 피해는 조직 내 안 좋은 소문(28.6%)과 유사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거론(24.4%)하는 등 피해자의 사건이 조직 내에 퍼지는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, 주변인들에게 의심받거나 참으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22.8%로 높게 나타났다.

조직 내에서의 사건처리 미흡(17.3%)과 피해 축소 및 은폐(15.5%) 또한 비교적 높게 나타났고, 이러한 조직 내의 문화는 피해자들이 위축돼 신고를 꺼리게 되는 상황을 가중시키고 조직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실태라고 센터는 분석했다.

이에 상응하는 결과로 응답자들은 2차 피해의 가장 큰 발생 원인으로 조직 보위를 우선하는 조직문화(25.4%)와 행위자에 대한 온정적 시각, 피해자 유발론 등의 인식(24.5%)으로 보았다.

조직 내 성희롱·성폭력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성과 관련된 언행을 문제시하지 않는 조직 내 관행과 문화(77.4%)를 1순위로 뽑았고, 약한 징계조치(77.1%)가 2순위였다.

센터는 “이 같은 결과들로 봐서 울산시청의 조직 내 성희롱·성폭력 조직문화 및 사건처리(징계 등)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실정이며 이는 직원들이 문제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는 요인”이라고 지적했다.

기관 내 성희롱·성폭력 고충처리 시스템의 보완사항에 대해서는 △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외부위원 위촉(68.9%) △내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들의 인식전환(70.9%) △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외부기관 위탁(70.1%)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.

이 관계자는 “이번 설문지는 성희롱·성폭력 외의 전반적인 조직 문화와 관련해서도 살펴봤는데 조직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가 62.2%, 보직 배치에 성별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60%, 근무성적평가에 대해 특정 성에게 관대하다고 느낀 응답자가 30.6%로 나타났다”며 “이는 전반적으로 조직 내 성별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며,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시사된다”고 강조했다.

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시청 내 휴게실 및 회의실 2개소에서 진행됐고 응답 및 유효 표본크기는 650명의 대상자 중 580명이었다.

이상길 기자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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